필리핀 법무장관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인권 침해 혐의로 수배 중인 탈주 의원 데라 로사를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필리핀 최고 법원이 데라 로사의 체포 방지 소송을 기각한 뒤 나온 조치이다.

데라 로사의 마약 전쟁 역할

전 경찰청장이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2016~2022년 임기 동안 ‘마약 전쟁’을 주도한 데라 로사 의원은 정부 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다. 법무장관 프레더릭 비다는 14일 누구든지 데라 로사의 체포 회피를 도운 자는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다는 데라 로사가 정의를 회피하는 피고이며, 체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데라 로사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밝히지 않았다. 의원의 변호인단은 이번 주 그가 필리핀에 있다는 점을 밝혔다.

숨은 뒤 등장, 긴장 고조

데라 로사는 지난 6개월간 숨어 지내다 지난주 상원으로 피신했다가 5월 14일 새벽 다시 사라졌다. 이는 그가 도움을 요청하며 체포가 임박했다고 주장한 날 밤 총격과 혼란이 일어난 뒤였다.

두테르테 정권의 주요 집행관으로서 데라 로사는 수천 명의 마약 판매자들이 경찰 작전에서 죽음을 당한 잔혹한 안보 작전을 이끌었다. 캠페인의 정점에서는 마약 사용자들의 살해가 급증했으며, 경찰은 이들을 영역 다툼으로 돌렸다.

ICC는 2016~2019년 사이 두테르테의 ‘마약 전쟁’에서 1만2천~3만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데라 로사는 이 기간 동안 불법 살해에 관여하거나 선동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받아 2025년 3월 네덜란드 해그에서 수감 중이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 체포 지시에 대한 입장

필리핀 국가경찰(PNP) 최고 책임자 호세 멜렌시오 나르타테즈는 14일 PNP가 법무부의 지시를 인정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체포가 실제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나르타테즈는 PNP의 모든 조치가 공정하고 전문적이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필리핀 사회가 마약 전쟁과 관련한 정치적 갈등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