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보르게 브렌데는 지난해 말 사망한 재정가 겸 성범죄 유죄 판결자 제프리 에피스톤과의 연관성 관련 보도 이후 사임했다. 브렌데는 2017년부터 WEF를 이끌었으며, 미국 검찰이 그가 에피스톤과 3차례 비즈니스 저녁을 함께하고 이메일과 텍스트 메시지를 교환했다는 기록을 공개한 뒤 사임을 발표했다.

에피스톤 관련 조사로 사임

브렌데는 ‘정중한 고려’를 통해 사임을 발표하며 포럼이 업무에 방해받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8년 이상의 임기를 ‘매우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에피스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의 리더십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WEF 공동 의장인 안드레 호프만과 래리 핀크는 브렌데와 에피스톤의 연관성을 조사한 독립적인 검토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는 이미 공개된 내용 외에 추가 우려 사항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동 의장들은 알로이스 블링기가 임시 회장 겸 CEO로 임명되며, 포럼이 영구적인 후계자를 찾을 때까지 그를 맡기로 했다.

에피스톤과의 연관성 드러남

미국 검찰은 지난 1월 말 에피스톤과 관련된 300만 건 이상의 파일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18만 장의 사진과 2,000개의 영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 일부는 브렌데와 에피스톤이 2018년과 2019년 여러 차례 만났다는 이메일을 포함하고 있다. 2018년 9월 저녁 식사 후 에피스톤이 보낸 이메일에서는 다음 날 우디 앨런이 저녁을 함께 하겠다고 하며 브렌데도 함께 오라고 초청했다.

브렌데는 이메일에 감사의 인사를 달고 ‘저녁을 정말 즐겁게 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에피스톤의 범죄 기록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만약 알고 있었다면 초청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에피스톤에 대해 더 철저한 배경 조사를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후회를 표했다.

브렌데는 2018년에 미국 투자자로 소개된 제프리 에피스톤의 초청으로 저녁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듬해에도 에피스톤과 비슷한 저녁을 함께했으며, 다른 외교관들과 기업 리더들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가 에피스톤과의 교류의 범위라고 밝혔다.

광범위한 조사와 영향

브렌데의 사임은 노르웨이 관료들과 에피스톤의 연관성에 대한 보다 넓은 조사와 함께 이뤄졌다. 노르웨이 경찰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회장이자 전 총리인 토르비ョ른 자글랜드를 부패 의혹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다. 자글랜드의 변호사인 앤더스 브로스베트는 조사로 인한 ‘정신적 부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경제범죄 수사국 Økokrim의 수장인 팔 K. 롭세트는 자글랜드가 노벨위원회 회장과 유럽의회 비서장 등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는 점에서 조사의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는 자글랜드가 직책과 관련해 선물, 여행, 대출 등을 받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노르웨이 외교부에 자글랜드의 면책권을 해제하도록 요청했다. 자글랜드는 이전에 고위 외교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면책권을 보유하고 있다. 자글랜드는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총리로 재직했으며,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의회 비서장으로도 활동했다.

브렌데의 사임은 에피스톤의 네트워크와 연관된 국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WEF는 투명성과 정직성에 대한 약속을 강조하며, 이 문제를 ‘고려 깊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WEF는 아직 영구적인 후계자 선출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2025년 1월에 열릴 예정인 다보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포럼은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 논란이 글로벌 명성과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