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원유 공급 재개 후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 대출을 승인했다. 이 결정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원유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재가동을 전제로 내려졌다. 헝가리 전 총리 비토르 오르반의 반대로 대출이 중단된 지 수개월 만이다.

오르반은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으로 파이프라인 손상이 발생했다고 밝히자 대출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주 선거에서 패배했고, 새 지도자 페테르 마야르는 브뤼셀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오르반은 현재 다음 달 초까지 보궐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오르반은 주말에 원유 공급이 재개되면 대출 반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전에는 우크라이나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원유 봉쇄’를 가했다고 주장하며, EU가 키이우를 지원해 자신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경제부 장관 데니사 사코바는 에너지 운영사 우크란트나프트에 따르면, 파이프라인의 압력이 수요일 오전 시작됐고, 토요일부터 원유가 슬로바키아에 흘러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EU 대사들이 대출 논의를 시작한 후 몇 시간 만에 원유 펌프가 재가동됐다고 확인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정부에 보고한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펌프가 재가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르반은 대출 지급 전에 원유 공급이 재개되기를 요구했고, 우크라이나는 이틀 전 파이프라인 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 대출은 지난 12월 합의된 것으로, 목요일에 서명될 예정이다. 대출에는 러시아에 대한 제20차 제재 패키지와 키이우 지원이 포함된다. 오르반의 대출 철회 결정은 EU 지도자들을 분노하게 했으며,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공화국은 이 계획에서 제외된 바 있다.

EU 외교 정책 수장 카야 칼라스는 대사 회의 전에 우크라이나가 이 대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부총리 타라스 카치카는 이 자금이 키이우에 생존 문제라고 설명하며, 2/3은 방어에, 나머지는 일반 재정 지원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유 수송은 현지 시간으로 12시35분(한국 시간 9시35분)에 시작됐다. 헝가리 에너지 회사 몰은 목요일 최대한 빨리 첫 공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1월 말에는 우크라이나 서부 브로디에 있는 주요 원유 저장소에 중대한 손상이 발생했으며, 키이우는 수리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엔지니어들이 러시아 공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 원유 시설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이번 주에는 드루즈바 파이프라인과 연결된 사마라 지역 펌프 정류장을 공격했다. 오르반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었으며, 키이우의 볼로디미르 젤라스키 대통령과 EU에 대한 적대감을 선거운동 핵심으로 삼았다. 헝가리 전역의 선거 포스터에는 젤라스키와 마야르가 함께 등장하며 ‘그들은 위험하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젤라스키는 수요일 우크라이나가 EU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900억 유로 대출이 ‘현재 상황에서 올바른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EU 지원 패키지가 빠르게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금이 키이우에 도착하는 데는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